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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만 삼 천원 (새벽편지)
 글쓴이 : 서주완 | 작성일 : 13-07-16 06:27
조회 : 1,292  
결혼식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예식장 로비에 서서 형주를 찾았지만
끝끝내 형주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숨을 몰아쉬는 친구 아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석민이 아빠가 이 편지 전해 드리라고 했어요."

'철환아, 나 형주!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 장수이기에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
어제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번 돈이 만 삼천 원이다.

아지랑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희망을 노래했던 어린 시절이 내겐 있었으니까.
나는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 장....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했던 형주가
거리에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

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데요.
장사는 무엇으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먹어댔다.

- 이철환씨가 쓴 '연탄길' * 정리 -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 진정한 친구는 소리 없는 힘!(소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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