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周)나라 때에 임금을 경계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컵 모양의 그릇을 의기(艤器)라고 한다. 이 의기는 물이 가득 차면 엎어지게 만들었고, 비어 있어도 기울어지게 만들었던 특별한 그릇이다. 이 그릇이 바로 서 있으려고 하면 물이 80~90%가 차 있어야 한다. 왕이 이 특별한 그릇인 의기를 보면서 욕심이나 돈, 명예, 권력 등을 적당한 선에서 자제해야 망하지 않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을 깨닫게 하려 했던 것이다.
옛날 현자(賢者)들은 인생을 조금은 모자라게 사는 구푼철학(九分哲學)을 가르쳤다. 식사를 할 때도 절대로 배불리 먹지 말라고 가르쳤고, 가진 권력이 제 아무리 크다고 해도 그 권력을 다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말 역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 설화(舌禍)를 입게 되므로 침묵을 금으로 가르쳤다.
그래서 누릴 수 있는 복이 크고 많더라도 다 누리지 아니하고 절제하며 사는 것이 화를 멀리하는 것이며,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는 비결임을 터득했기에 이런 가르침을 주었던 것이다. 흔히 쓰는 말 중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대로의 뜻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말은 현대에 와서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 사실 모든 면에서 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만도 못하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식사도 좀 더 먹었으면 싶을 때 그만두는 것이 과식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 놀이도 그렇고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건강을 위해 운동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 운동에만 집착하게 되는 운동 중독자와 철인 3종 경기나 익스트림(extreme) 스포츠같이 몸을 혹사시키는 운동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운동은 건강을 증진시키고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도 적정수준이어야 기대할 수 있다. 운동이 지나쳐서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통증이다. 처음에는 통증이 '속삭이는 정도'로 나타나는데,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계속하면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후유증도 남게 된다. 운동이 지나쳐서 발생되는 ‘과사용증후군’의 증상은 운동으로 얻어지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많다. 우리는 세상에 살면서 모든 것이 다 넘치길 바라지만 조금은 춥게, 조금은 배고프며 힘들게 살아야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 수 있다. 모든 것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조금 부족해도 자족하는 마음으로 사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바울 사도는 말씀했다.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빌 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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