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더 크게 귓전에 울려 퍼진다. 잠을 청하려 해도 귀뚤귀뚤 귓가의 소리가 마음의 부담되는 일들과 함께 머리를 스쳐가며 하모니를 이루어 깊은 한숨을 짓게 한다. 이런저런 시름 속에 한숨으로 밤을 지새우며, 뜬 눈으로 잠 못 이루는 가을밤에 귀뚜라미의 귀뚜르르 소리와 함께 모든 근심걱정을 떠내려 보내기를 소망한다.
20세기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평신도는 옥스포드와 캠브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주옥같은 글을 많이 썼던 C.S. 루이스일 것이다. 루이스는 부모님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한 때 하나님을 떠났었다. 그러나 십자가의 예수님을 만난 후 종교와 학문에 자신의 인생을 바치며 평생 독신으로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나이 60살에 사랑을 하게 되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이혼한 여인인 조이 데이빗먼(Joy Davidman)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골수암 판정을 받았다. 한때 호전을 보여 그리스로 늦은 신혼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1959년 골수암이 재발됐고, 조이는 이듬해 천국에 갔다. 루이스는 골다공증으로 육체적 고통을 받으면서도 골수암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보살피느라 탈진한 상태에서 조이의 죽음을 맞았다. 루이스는 그런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더욱 깊이 깨닫고 이렇게 말했다. “고통은 사람들을 깨우쳐주는 하나님의 확성기이자 하나님의 메가폰이다.”
요즘 우리 주위에는 세상의 소음이 너무 커서 하나님 음성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의 음성이 세상의 소리에 묻혀있어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고난이라는 확성기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하는 확성기와 같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하실 말씀이 많으시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의 소리가 너무 커서 하나님의 음성을 외면하고 있다. 가을의 정적과 속에 울려퍼지는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를 바란다. 이젠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고 고난의 메가폰을 통한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자. 그리고 계절을 통한 자연의 확성기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