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을 비롯하여 성도들까지 교회는 거룩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회의 모든 것에는 거룩하다는 말인 성(聖)이란 말을 덧붙인다. 교회의 건물을 성전, 예배에서 사용하는 기물을 성물, 전임사역자들을 성직자, 기독교의 경전을 성경이라고 부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물건 자체가 거룩한 것은 아니다. 거룩한 것으로 부른다고 해서 거룩해지는 것도 아니다. 거룩하게 여기니까 거룩하다고 부르는 것이다.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하나님을 위해 쓰임 받으면 그것이 거룩한 것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거룩하다는 말을 남용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의식과 형식을 강조하기 위해서 성(聖)이라는 말을 고의적으로 남발하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례가 성례(聖禮)라는 말이다. 성례는 거룩한 예식이라는 뜻이다. 물론 교회 모든 예식을 거룩한 예식이라고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거룩이나 성례라는 말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남발하는 만큼 소중함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교회의 의식에서 성례란 예수님께서 친히 행하시고 명령하신 예식을 가리켜 말한다. 그런데 캐톨릭에서는 교회의 일곱 가지 거룩함(七聖禮)을 말한다. 즉, 성세성사(聖洗聖事), 견진성사(堅振聖事), 성체성사(聖體聖事), 신품성사(神品聖事), 혼인성사(婚姻聖事), 고백성사(告白聖事), 병자성사(病者聖事)를 일컫는다. 물론 이것들에 대한 논의는 성경과 신학적 배경을 요구하지만 개신교에서는 칠성례를 거부한다.
우리 장로교회에서는 예수님의 명령을 받들어 교회의 거룩한 예식으로 거행하는 성례는 2가지만을 행하고 있다. 먼저는 세례예식이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마태복음 28:19)라는 말씀에 근거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성례는 성찬예식이다(고린도전서 11:23~26). 주님의 살과 피에 동참하는 성찬예식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요,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일이다. 성도가 예수님 안에 거하는 방법이 십자가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않는 것에 있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의 안에 거하나니”(요한복음 6:55~56). 같은 장소, 같은 시간, 같은 떡과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에 참예하는 공동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바라기는 누구든지 성례를 고의적으로 거부하는 불경죄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을 살피고 참여하여 십자가의 은혜와 사랑의 풍성함이 넘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