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남극 탐험가 어니스트 쉐클턴(Ernest Shackleton, 1874-1922) 대장은 1909년 남극정복에 나서 당시 기록인 남극 156킬로미터 지점까지 접근했다가 식량 부족으로 돌아와야 했다. 돌아올 때 최후의 할당량의 건빵을 대원들에게 나눠줬다. 몇몇 대원들은 눈을 녹여 차를 끓인 후 마지막 건빵을 먹었지만 몇몇 대원들은 음식 가방에 그것을 집어넣었다. 마지막 힘이 소진될 때 먹으려고 저축해 둔 것이다.
차를 끓이면서 주변 공기가 따뜻해지자 지친 대원들은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각자 슬리핑백으로 들어갔다. 쉐클턴도 슬리핑백으로 들어갔지만 탈진과 배고픔으로 잠이 잘 오지 않았다. 한참 후, 그는 인기척 소리를 듣고 샛눈을 떴다. 그때 가장 신뢰하던 대원이 일어나 여기저기 둘러보다 자기 옆 대원의 음식 보따리로 서서히 접근했다. 그리고 그 대원의 음식 보따리를 여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쉐클턴은 끊임없이 그 장면을 부인하려 했다. “그가 절대 그럴 리 없어! 내가 꿈꾸는 거야!” 다음 장면은 그를 더욱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신뢰하던 대원이 친구 대원의 음식 보따리에 몰래 자기 건빵을 넣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사람은 ‘줄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사람보다 더 가난한 사람은 ‘줄 마음이 없는 사람’이다. 인색함은 영혼의 질병이다. 인색하면 자기 영혼은 죄수가 되고, 자기 육체는 감옥이 된다. 반면에 인색한 마음의 한 부분을 허물면 비로소 내 영혼은 자유와 평화와 기쁨과 부요함을 맛보게 될 것이다.
‘부유함(being wealthy)’과 ‘부요함(being rich)’은 다르다. 돈은 부유함은 주어도 부요함은 주지 못한다. 부유함은 ‘재정의 문제(a matter of finance)’이고, 부요함은 ‘관계의 문제(a matter of relation)’이다. 부유한 사람은 ‘사고파는 것(buy and sell)’을 잘하지만 부요한 사람은 ‘주고받는 것(give and take)’을 잘한다.
부유한 사람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을 가진 사람이지만 부요한 사람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이다. 부유한 사람은 ‘그가 가진 것(what he has)’으로 규정되지만 부요한 사람은 ‘그가 누구인가(who he is)’로 규정된다. 부유한 사람은 ‘은행에 가진 것’이 많지만 부요한 사람은 ‘마음에 가진 것’이 많다.
부유함은 ‘물질’을 가진 것이지만, 부요함은 ‘이름’을 가진 것이다. ‘금과 은’은 없어도 ‘그 이름’은 갖길 바란다. 인생의 가을에 떨어질 수북한 양의 낙엽보다 영원까지 메아리칠 수 있는 열매를 남기길 바란다. 나는 부유한 사람인가, 부요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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