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참사가 있은 지 벌써 40일이 지났다. 전대미문의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우리는 겪었다. 온 국민에게 상처가 깊이 파인 골만 남게 되었다. 이 사건은 시작부터 과정, 그리고 끝맺음까지 총체적으로 인간의 이기적이고 탐욕에 사로잡힌 사건이었다. 우리 민족은 지난 반만년의 역사 속에 숱한 치욕과 고통으로 얼룩진 사건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이번의 사건은 외부의 수탈과 천재지변의 사건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사건이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우리의 수준이 여기까지였던가를 생각을 하면 억울하기도 하고 소망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며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미 일어난 사건이다. 이젠 과거의 사건이 되고 말았다.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주저앉아 한탄만 하고 있기에는 억울하지 않은가? 우리의 인생은 한 번 주어졌다. 두 번 주어진 인생이라면 첫 번째는 없던 것으로 하고 한 번으로 만족하며 살겠지만 불행하게도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은 인생이기에 더 이상 뒤만 바라보며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에는 '이미'와 '비록'만 존재할 뿐이다. 지나간 세월을 탓하며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났을까’, ‘왜 나는 이렇게 불행할까’하는 원망의 생각은 인생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나를 비참하게 할뿐이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은 부정할 수도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은 없던 것으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인생은 지우개가 없다’고 말한다.
이젠 ‘비록’이라는 말을 앞세우고 일어나야한다. 비록이라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은 삶을 바꿀 수 있다. 비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에게는 멋있는 미래가 주어진다. 비록을 가슴에 담고 사는 사람은 소 잃고라도 외양간을 고치며 사는 사람들이다. 비록은 잃어버린 것에 마음을 두는 것이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것에 소망을 두는 것이다. 시카고의 빌 하이벨스 목사는 휴가 때 시골에 여행을 하다가 어느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그런데 그 교회에는 예배 전에 음향 시스템을 정돈하지 못한 채 시작해서 예배에 많은 지장을 주었다. 시골 교회라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몇 년 후 다시 그 교회를 찾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에도 여전히 같은 모습이었다. 빌 하이벨스 목사는 ‘이 교회는 어쩔 수 없는 교회’라고 단정 지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사건이다. 그러나 지나간 일은 지나가버린 일이 아니다. 어제의 일은 현재의 일이고, 미래의 일이다. 지난 일에 얽매이지 말자. 그러나 지난 일의 실수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