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마다 발행되는 달력은 1년 12달, 52주, 365일이다. 평일은 대개 검은 글씨로, 휴일은 빨강 글씨로 쓰여 있다. 거기에 생일, 결혼기념일, 부모님 추모일 등 자신과 관계되는 날은 더 강조해서 표시하기도 한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성탄절과 부활절, 그리고 감사절 같은 절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평생을 살아왔다. 그래서 이런 숫자의 달력에 익숙해져있다.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는 더더욱 숫자가 주는 의미에 민감해한다. 더군다나 태양력과 음력이 교차되는 시점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부활절은 양력도 아니고 음력도 아닌, 유대력에 의한 절기이기에 평신도들은 날짜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교회에서 나눠주는 달력을 받으면 금년 부활절은 언제인가 확인해야한다.
물리적인 숫자의 달력은 숫자를 세며 지나가지만 나의 마음에 새겨진 마음의 달력은 숫자가 지나가도, 아직 숫자가 남아 있어도 항상 마음 한구석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마음의 달력은 숫자가 아니라 가슴에 남아있는 고정된 날짜이다. ‘자식은 죽어서 가슴에 묻는다.’는 말처럼 항상 가슴에 담고 사는 달력을 말한다. 그런데 마음의 달력에는 긍정적인 날과 부정적 인 날이 있다. 살다보면 마음의 달력이 늘어가는 데, 긍정적인 달력이 많아지는 게 인생의 보람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가슴에 멍이 든 부정적 마음의 달력이 많이 늘어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는 1년 전의 2014년 4월16일, 수요일을 잊지 못한다. 이 날은 우리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부정적 마음의 달력으로 온 국민의 가슴에 새겨져 있는 날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숫자의 날짜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해도 ‘세월호’의 마음의 달력을 누가 잊겠는가? 과거 6·25를 상기하며 어렸을 때 불렀던 노래가 생각난다. “아아 잊으리라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각 세대마다 가슴에 새겨진 마음의 달력은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 마음의 달력을 가슴에 담고 그것에만 메여 있다면 어떻게 미래를 향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씻어내야 한다. 회복해야한다. 이것은 복음의 능력으로 이룰 수 있다.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함으로 반감할 수 있다. 그리고 보상이다. 가장 큰 보상은 반면교사로 삼아 올바르게 바로 잡는 것이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