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에서는 사람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를 가늠하는 기준을 책임감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 살수록 아픔을 더 많이 겪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나이기 들었다는 말은 연륜만큼 상처를 더 지니고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세상에 상처와 아픔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때로는 내 스스로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하고 깜짝 놀랄 때도 있다. 나에게 비정상적인 인격의 한 부분이 드러나는 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 인격을 갖춘 사람은 상처를 자신의 아픔으로 안고 이겨낸다. 그러나 인격적이지 못한 사람은 상처를 타인의 탓으로 돌리거나 이상 행동으로 책임을 회피한다.
영어의 책임이라는 말인 Responsibility는 Response와 Ability의 합성어인데, Response는 외부로부터 오는 응답이라는 말이고, Ability는 능력이라는 말이다. 즉 Responsibility라는 말은 외부로 오는 도전과 부름에 대처하는 능력을 말한다. 사람은 무한한 도전과 부름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의 길은 수많은 도전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격을 갖추고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인생의 길에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이다. 때로는 세상이 나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가시밭길을 걷게 해도 자신이 그 길을 헤쳐 나간다. 정상적인 인격을 가진 사람은 실패와 잘못을 환경의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타인을 원망만 하며 주저앉지 않는다.
길버트 알랜드 (Gilbert Arland)는 “궁수(弓手)는 화살이 과녁을 빗나갔을 때 돌아서서 자기에게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 살펴본다. 명중시키지 못한 것은 과녁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준을 잘하려면 자신을 개선하라”고 말한다. 과녁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는 법이 없다. 내 자세가 흔들렸기 때문에 명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책임지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일이 잘못되었을 때 그 책임을 다른 곳에 떠넘길 핑계거리부터 찾는다. 성인이란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일에 기꺼이 자기가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누구도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는 세대에 성인된 우리는 기꺼이 책임을 지고 살아가자. 성년의 주일에 다시 한 번 새겨보는 시간이 됐음 한다.